군대와 로봇 
   (2) 잔디깎는 기계가 군용로봇으로 태어나다

깡통로봇도 나라를 지킨답니다. 세상에 쓸모 없는 존재가 없는 것이 국방 아닐까요?


지난 회에 소개했던 원시적인 로봇, 골리앗은
아주 기발한 무기이긴 했지만
실전에서 유용한 무기는 아니었죠.


적의 전차나 진지를 부수려고 팬저부대나 공병대에서 골리앗을 채용했지만
전선이 너무 쉽게 끊어지는 바람에 필요한 때 터지지 않았고,
소총 등에 취약하며, 지형이 험난하면 전진하지도 못했답니다.

이렇게 생각대로 움직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다윗보다 작았던 골리앗은 제 힘을 못냈죠.



노르망디 해안에 배치되었던 골리앗은
포격으로 전선이 끊어지는 등 제어할 수 없어서,
연합군의 상륙을 막는데 별다른 소용이 없었죠.

무려 8천여 대에 가까운 골리앗이 생산되었지만,
눈에 띄는 전과를 올린 것은 없었던 것도 이런 연유입니다.
그럼 로봇은 쓸모없는 걸까요?

반드시 그렇지 않죠.
로봇으로 부르기는 억지스럽고 부끄럽지만,
"군사목적으로 설계된 자동제어 또는 원격조종 장치"라는
군용 로봇의 목적에 충실한 "로우테크놀로지 로봇"이 있으니,
바로 "루퍼트(Rupert)"라는 친구입니다.

루퍼트는 참으로 촌스런 친구였죠. 이런 천쪼가리에 낚인 독일군은 "이 뭐X"


루퍼트는 강하대원의 모습을 한 91cm 짜리 인형인데
헝겊 껍데기에 밀집이나 모래를 넣은 형상으로,
인형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허접스러운 물건이었답니다.

루퍼트는 공중에서 낙하산으로 투하되어 착지한 이후에는 폭파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루퍼트가 가짜병사라는 것을 감추기 위함이었죠.
루퍼트는 그야말로 적군을 낚는 "낚시질"의 명수였습니다.

영화 지상최대의 작전에 등장한 루퍼트. 실물보다 훨씬 멋있고 정교하게 만들어졌죠. 꽃단장이라도 했나봐요? ^^;




그러나 이렇게 초라한 루퍼트가 2차대전의 향방을 바꾸는데 기여하였습니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돕기 위한 기만작전(타이타닉 작전)에서
무려 500여 개의 루퍼트가 투하되어, 독일군을 유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실제 강하작전처럼 보이게 하려고 영국 SAS(공수특전단) 대원 6명이
총성을 녹음한 방송장치를 짊어지고 루퍼트와 같이 강하하기 까지 했죠.

최초의 상용로봇, 유니메이트는 단순한 로봇 팔이었죠.



한편, 2차 세계대전 이후인 민간에서는 최초의 상용로봇 유니메이트(Unimaite)가 등장, 1961년부터 제너럴 모터스의 생산라인에 투입되었죠.

최초의 상용로봇은 방금 사출되어 뜨거운
다이캐스트 금속제품을 잡아서 쌓아놓은
매우 단순한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유니메이트의 등장을 계기로,
단순하고도 정밀성을 요하는 일에는
사람보다 로봇이라는 인식은 높아져만 갔죠.

드디어 로봇 비행기가 등장했죠. 사진은 엄마비행기인 DC-130에서 발사되기 전의 라이트닝 버그랍니다.




그렇다면 상용로봇보다도 십 수년 전에 이미 로봇을 활용했던
국방분야에서도 가만있을 리가 없죠.

바로 정찰용 드론의 등장입니다.
1950년대 말부터 미군은 항공제작사들과 협력하며
무인정찰 '로봇'항공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죠.

이미 미군은 1930-년대 말부터 '비행로봇'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무선조종 비행기를 대공포의 표적연습으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전의 정찰임무에 로봇을 사용하려고 한 것이죠.

그리고 이런 비행로봇들을 실전에 투입해본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로봇은 중국이나 북베트남 등 민감한 지역을 제 집 드나들듯 넘나들면서
조종사가 희생될 염려 없이 원하는 사진을 찍어 왔죠.

이런 날으는 로봇들은 UAV(Unmanned Aerial Vehicle)
즉 무인항공기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초기의 UAV으로 유명한 것에는 라이트닝 버그, 컴패스 애로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라이언-텔레다인의 컴패스 애로우는 날렵한 "스탤스"디자인에
7만8천피트 상공을 비행할 수 있어 1960년대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체를 제작한 회사는 30여년 후에
역사의 한 획을 그은 UAV인 프레데테를 만들기에 이르죠.

뒷태가 이쁜 비행로봇. 이름하여 AQM-91A 컴패스 애로우.



로봇이 활약한 것은 하늘만이 아니었습니다.
지상에서는 좀더 다른 고약한 임무에 로봇들이 활용되기 시작했죠.
바로 폭탄의 제거입니다.

보통 미팅을 나가면 의리있는 친구가 폭탄을 제거해주지만^^
전장터에서는 EOD, 즉 폭발물처리반이 폭탄을 제거합니다.
영화에서 보듯이 파란선과 빨간선을 놓고 고민하며 가위질을 하곤 했죠.

하지만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목숨이 좌지우지 합니다.
죽을지도 모르는 걸 뻔히 알면서 목숨을 걸기는 어렵죠.
특히 1970년대의 영국은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에 의한 폭탄테러가 횡행했습니다.

친구야, 폭탄은 내가 제거해주마!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EOD요원, 텔레토비인 나나(노랑)와 뚜비(녹색) ^^



1972년도 한 해만 해도 1,300여건의 폭탄테러가 일어났는데,
영국군의 EOD팀들은 폭발물인지 아닌지를 멀리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죠.
결국 폭발물에 다가가서 검측하거나 해체하다가 수많은 인원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었죠.

결국 멀리에서 폭발물을 안전지역으로 끌어갈 수 있는 기구에 대한 필요가 나왔죠.
이때 한 장교가 자신의 집 앞마당에 있던 잔디 깎는 기계에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잔디깎는 기계의 차체와 동력만을 사용하여 원격조종장치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적인 지상실전로봇은 잔디 깎는 기계가 기원이랍니다.



이리하여 1972년 3월 휠배로우(Wheelbarrow) Mk1이 등장하였는데,
이듬해 Mk5 모델이 등장할 때까지 무려 100여회나 출동하면서
로봇의 필요성을 점갈하게 해주었죠.

휠 배로우는 이후 10여년간 무려 400여대가 파괴되었답니다.
무려 400명 이상의 목숨을 구한 셈이지요.
현재 Mk8까지 등장한 휠배로우는 성공적인 실전로봇이었습니다.

이렇게 로봇의 실전투입이 이루어지면서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UAV(무인항공기 : 비행로봇)와 UGV(무인차량 : 지상로봇)이라는 용어가
군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군으로부터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로봇들은
이제는 잔디깎기 기계가 아니라 전차에서 로봇으로 발전하게 되었죠.

대표적인 로밧(ROBAT ; Robotic Obstacle Breaching Assault Tank)이죠
전차에 지로제거키트를 장착하고 무인원격조종차량으로 만들어
인명피해 없이 지뢰를 제거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게 탱크야? 포탑을 떼어버린 로봇탱크인 M60 팬더가 보스니아에서 지뢰를 제거하는 모습.




이번주는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다음주에는 요즘의 군용로봇에 대해 애기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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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비 트랙백 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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