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자유를 지킨 이들
 
 
 
우리 역사에서 1950년 크리스마스는 상당히 고통스러웠던 시기였다. 눈앞을 가리는 눈보라를 동반한 엄청난 혹한도 몸을 힘들게 만들었지만 더욱 아픔으로 다가왔던 것은 갑작스런 중공군의 출현과 더불어 통일의 꿈이 좌절되었기 때문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탈환한 서울을 불과 석 달 만에 다시 적에게 내어주어야 했고 수십만의 병력과 피난민이 흥남항구를 통해 공산치하를 빠져나와야 했다.

 
                               1.4후퇴 당시 영등포역에서 남행열차에 오르는 피난민들
 

하지만 여러 차례의 패배와 후퇴를 거듭하면서 겪은 아픔과 절망의 반대급부로 중공군의 약점을 알게 되면서 고난은 정지될 수 있었다. 우리가 강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단지 중공군을 몰랐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어쩌면 너무 단순한 사실을 확인한 이후부터 전세는 또 다시 바뀌었고 어느덧 전쟁이 발발한지 1년이 경과하였을 때 전선은 전쟁 발발 전에 남북을 나누던 38선 일대에서 고착화되었다.

 
                                 한강을 도하하여 서울을 재탈환하는 국군 제1사단
 

그런데 이러한 전선의 정체는 의도적인 결과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전쟁을 주도하던 미군과 중공군, 양측 모두는 이기겠다는 의지보다는 지지 않고 전쟁을 끝내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휴전협상이 시작되었고 그러는 동안 양측 모두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거대한 공세를 심정적으로 중단한 상태가 되었다.

 
                       1951년 여름을 넘기며 전선이 38선 일대에서 고착화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선이 평화로웠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왜냐하면 군사분계선을 염두에 두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국지적으로는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으로 전쟁의 패턴이 바뀌었던 것이다. 그 결과 고지쟁탈전이 격화되었고 이것은 한국전쟁 후반부를 대변하는 단어가 되었는데, 경우에 따라서 너무 많은 희생이 벌어져 군 수뇌부를 당혹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한국전쟁 발발이후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었다.

 
                        1951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트리를 만드는 미 10군단 통신대대원들
 

후퇴의 악몽으로 가득한 지난 번 한국전쟁 첫 째 크리스마스도 피와 눈물로 얼룩졌지만 두메산골에서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끓임 없는 격전으로 말미암아 이번 크리스마스도 이에 못지않게 고통스러웠다.  그중에서도 동부전선의 어은산 일대에서 1951년 12월 25일부터 벌어진 1090고지 전투는 크리스마스가 결코 평화와 사랑이 가득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증거였다.

 
                      크리스마스 날 중공군은 1090고지를 피탈하기 위해 공세를 개시하였다
 

휴전협상에 의해 1951년 11월 군사분계선을 가조인하고 후속합의를 이끌기 위해 1개월간의 한시적 휴전이 결정되었으나 중공군은 이를 어기고 북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국군 제7사단의 전초진지 일대에 은밀히 전력을 증강시켜 크리스마스에 기습공격을 감행하였다. 참전이후 계속된 패턴대로 중공군은 포격을 집중하여 아군 진지를 타격한 후 심야에 압도적인 병력으로 고지위로 다가오면서 격전은 시작되었다.
 

              국군 7사단은 고지를 사수하였고 이후 1090고지는 크리스마스 고지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전쟁발발이후 산전수전을 다 겪은 국군은 어느덧 쉽게 물러서지 않는 용맹한 군대로 바뀌어 있었다. 압도적인 적의 심야공격에 일시적으로 진지를 피탈당하기도 하였지만 날이 밝자 곧바로 반격에 나서 적을 압박하였다. 결국 아군의 강력한 응전에 엄청난 사상자를 남긴 체 12월 28일 중공군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기념하여 1090고지는 크리스마스 고지로 불리게 되었다. (중공군은 1952년과 1953년에 걸쳐 크리스마스 고지에 대하여 3차례의 공세를 감행하였지만 모두 좌절되었다)

 
                         지금 누리는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은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전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크리스마스로 명명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이를 지키기 위하여 쏟아 부은 국군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담겨져 있다. 비단 그것은 크리스마스 고지뿐만 아니라 휴전선 일대에 연이어 솟아있는 모든 고지가 마찬가지다. 단장의 능선처럼 고통스러운 이름이건 크리스마스 고지처럼 아름다운 이름이건 그곳 모두에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였던 모든 이들의 영혼이 담겨있고 그분들의 노고 덕에 우리는 다시 크리스마스를 평화롭게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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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열혈국방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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