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아무리 대비해도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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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는 소련침공을 바로 앞에 두고도 이탈리아가 망신을 당하고 있던 북아프리카와 발칸반도 전선에 전력을 나누어 개입하였을 만큼 자신만만하였다. 지난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대전이 발발한 이래 독일군은 패배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특히 1940년 여름에 유럽 최고의 육군을 보유한 프랑스를 불과 7주 만에 무너뜨려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더 이상 유럽에서 독일을 맞상대할 나라가 없어 보였다.

 
              히틀러는 소련 침공을 앞두고 북아프리카 전선에도 개입하였을 만큼 자신만만하였다
                                     (사막을 가로질러 전진하는 독일 아프리카군단)
 

반면 소련군은 지난 1939년 겨울, 7배가 넘은 병력을 앞세워 핀란드를 쳐들어갔다가 겨울 추위와 핀란드군의 격렬한 대응에 무너져버린 한심한 군대의 표상이었다. 비록 강화조약을 맺고 승리를 거두었지만 소련군이 입은 인명 피해가 핀란드군의 10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였다. 이런 사실을 목도한 히틀러는 독일군보다 규모에서 컸던 소련군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에서 모두가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소련은 지난 핀란드 침공에서 역사에 길이 남는 망신을 당하였다.
                                   (핀란드군의 유격전술에 전멸한 소련군 기갑부대)
 

결국 일부의 우려대로 전쟁은 독일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4년간의 격전 끝에 패배하였다. 결론적으로 독일이 좌절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예상을 뛰어넘는 소련군의 끈질긴 저항이었지만 여기에 덧붙여 겨울 혹한도 크게 한 몫 하였다. 소련과의 전쟁을 앞두고 혹한을 대비하여 했음에도 제대로 된 설상복이나 부동액도 준비하지 않고 전쟁을 벌였을 만큼 날씨에 대한 독일의 준비는 상당히 미흡하였다.

 
                          1941년 12월 모스크바 전투 당시 소련군 진지로 투항하는 독일군
                  소련군과 달리 제대로 된 방한 장비와 설상복이 준비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열대지방에 전혀 생각지 못한 한파가 닥친 것도 아니고 소련의 겨울 날씨가 춥다는 것은 상식인데도 독일의 준비 상태는 왜 그토록 엉망이었을까? 130년 전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하였다가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는 히틀러는 물론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최근 혹한보다 보급의 문제였다고 보는 경향이 크지만 나폴레옹이 폴란드로 도망쳐 나왔던 12월 초에 영하 35도까지 떨어졌을 만큼 그해 겨울은 추웠다.

 
                       겨울에 소련과 벌이는 전쟁이 어떠할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모스크바에서 후퇴하는 나폴레옹)
 

그런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있었음에도 독일은 어처구니없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였다.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을 자기식대로 해석해 버린 히틀러와 그를 일방적으로 떠받들던 추종자들 때문이었다. 소련을 침공한 1941년 6월, 독일군 기상전대는 이번 겨울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했던 이유는 1939, 40년의 겨울이 30년 만의 혹한이었는데, 20세기 들어 2년 이상의 추위 다음에는 통상 날씨가 온화하였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었다.

 
                                    제2차 대전 당시 사용한 이동 기상관측장비 Kurt
 

그러나 가을이 되자 기상전대는 상층대기의 순환이 예년과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관측하였고 이를 근거로 1941년 겨울은 유래가 없을 만큼 강한 추위가 몰려 올 것으로 예보를 변경하였는데 그때는 독일이 소련을 신나게 몰아붙이던 중이었다. 히틀러는 전황에 고무되어 자신은 나폴레옹과 다르다고 진작 결론을 내려버렸고 괴링은 한술 더 떠 ‘영하 15도 이하로 절대 내려갈리 없다’고 단언하면서 보고를 묵살하였다.
 

                              자신들의 입맛대로 날씨를 제단 하여 버린 히틀러와 괴링
 

하지만 1941년 겨울은 영하 30~40도의 혹한이 계속된 100년만의 혹한으로 기록되었고 독일의 진격은 결국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날씨를 자기편으로 이용한 소련군도 지난 핀란드 침공당시 혹한으로 엄청난 수가 전사상한 경험이 있어 이를 교훈 삼아 동계전투 준비를 철저히 하여 독일의 진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누가 추위를 잘 참느냐가 아니고 누가 대비를 잘하고 있느냐의 문제였다.

 
                                동계전투는 대비를 튼튼히 한 자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사실 괴링이 주장한 영하 15도도 보온대책 없이는 편안히 버티기에 매우 힘든 혹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한에 대한 충분히 대비도 없이 전쟁을 벌인 행위는 만용이라 할 수 있다. 실력만 과신하여 과거의 교훈을 무시한 독일과, 반대로 전에 있었던 비참함에서 교훈을 얻은 소련과의 전쟁은 어쩌면 이미 승패가 갈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상대뿐만 아니라 자연까지 과소평가해서 승리를 얻은 예는 없다. 그것은 역사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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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열혈국방 트랙백 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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