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용사, 기관포에 관한 이야기 [ 下 ]
 
 
                                  
                           최신식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것

 
 
항공모함 탑재용 전투기로 개발하였으나 그 어마어마한 성능에 놀라 자존심 강한 미 공군도 군말 없이 주력기로 채택한 괴물이 있었으니, 바로 도깨비 F-4 팬텀이었다. 이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 고도, 항속거리, 작전반경 등의 비행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제2차 대전 당시 맹활약한 B-17 중폭격기와 맞먹는 엄청난 폭장량을 자랑하는 당대 최고의 전투기였다.
 

                                    허술해 보이는 팬텀의 모습. 하지만 전설이 된다
 

그런데 팬텀은 적외선유도방식의 AIM-9 사이드와인더 4발과 레이더유도방식의 중거리 유도탄 AIM-7 스패로우 4발로 중무장하면서 전통적인 공대공무장인 기관포를 과감히 제거한 최초의 전투기였다. 팬텀은 바로 미사일 만능주의를 맹신하였던 시대사상에 맞추어 탄생한 미국의 자만심이었고 그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전투기로 자타가 공인하였다.

 
                                        스패로우 공대공 유도탄을 발사하는 팬텀
 

이러한 팬텀은 그동안 야심만만하게 제작하였던 미 공군의 전투기들이 월남전에서 그리 신통치 않은 성과를 보이자 필승카드로서 당당히 참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수치상으로는 당대 최고의 성능을 지니고 있었고 미사일로만 중무장한 기관포 없는 최초의 전투기라는 최첨단을 대표하는 명성과는 달리 공대공전투에서 처음부터 애를 먹었다.

 
                              월남전초기 미 공군의 주력전투기였던 F-105 썬더치프
 

BVR(비가시거리 전투)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육안으로 적기를 식별한 후 교전에 임하라'는 미 정부의 정치적 교전규칙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도 하였지만, 선회력이 좋은 월맹의 MiG기들과 가시권 내에서 공대공 대결을 하였을 때 막상 기관포가 없는 전투기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적에게 꼬리를 물리지 않도록 줄기차게 회피기동을 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예상과 달리 기관포가 없던 팬텀이 근접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미사일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근접하여 선회전으로 치고 올라오는 MiG기를 뻔히 보면서 팬텀기들은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만약 기관포가 장착되었다면 과감히 독파이팅으로 치고 나갔을텐데 주렁주렁 달려있는 미사일은 근접전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었고 오히려 기동전의 방해물로 존재하였다. 즉 넘치는 자신감과는 달리 실전에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미국은 뼈저리게 실감하였다.

 
                                        베트남에서 호적수였던 F-4E 와 MiG-17
 

결국 적기를 공격할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쳐다만 보아야만 한다는 일선의 불평이 계속되자 M-61A1 기관포포드를 장착한 F-4D가 출현하기에 이르렀고 F-4E에 와서는 기관포가 공대공 고정무장으로 내장되었다. 보이지 않는 자존심 경쟁을 벌이던 해군의 F-4B는 끝까지 기관포를 장착하지 않았지만 해군 조종사들이 기관포가 장착된 F8U를 매우 선호하였다는 증언만 보더라도 미사일로만 공대공전투를 치루기에는 분명히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해군 조종사들이 선호하였던 F8U, 흔히 Final Gun Fighter로 불렸다
 

1960년대와 비교할 때 지금의 공대공미사일은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이루었다. 공대공미사일의 대명사인 사이드와인더만 하더라도 초기형의 경우는 적의 배기구를 정면으로 마주 본 12시 방향에서만 그것도 유도가 가능한 충분한 거리를 떼어놓고야 사용할 수 있는 병기였으나 최신의 AIM-9X는 그야말로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미사일로 불릴 만큼 비약적인 성능개량이 이루어졌을 정도다.
 

                                                F/A-18에 장착된 M-61A1 벌컨포
 

이러한 자신감 때문인지 앞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F-35의 등장과 더불어 그동안 코피를 흘린 후 까먹고 있던 미사일 만능주의가 다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전투기 등장 이래 계속하여 고정무장의 두목으로 군림하던 기관포는 미사일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그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SUU-16/A 포드를 개발하여 기관포를 장착한 팬텀의 모습 
                       미사일 만능주의는 환상이었고 이런 현실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기관포는 감히 미사일과 비교하기 힘든 어쩌면 가장 단순한 무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늘의 제왕이라 평가되는 F-22를 비롯한 최신예 전투기 대부분이 처음부터 기관포를 장착한 것만 보아도 쉽게 기관포를 대체할 만한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고려청자처럼 무기뿐만 아니라 아무리 첨단의 기술이 등장하여도 결코 극복하기 힘든 그런 경우가 세상사에는 많다. 최신 유행을 쫓는 것도 좋지만 한번 정도는 뒤를 돌아보는 여유가 항상 필요하다.

 





신고
Posted by 열혈국방 트랙백 0 : 댓글 0



    역전의 용사, 기관포에 관한 이야기 [ 上 ]
 
 

                          미사일 만능주의 ?
 


미국의 전투기 획득사업인 JSF(Joint Strike Fighter-3군 합동타격기)에 따라 개발 중인 F-35 Lightning II의 경우 기체가 작은 관계로 고정무장인 기관포에 관한 상반된 소식이 종종 들려오는데, 당연히 기관포가 장착될 것이라는 설부터 과감히 기관포를 생략하고 오로지 미사일로만 공대공무장을 할 것이다 하는 등의 여러 이야기가 분분할 정도다.
 

                                공중급유 시험 중인 공군형 F-35A 실험기
 

미국이 만든 전투기에 장착되는 대표적 기관포라면 M-61A1인데, 일설에 따르면 JSF에는 소형인 마우저 27mm기관포나 25mm벌컨포 등이 장착될 가능이 크다고 한다. 그런데 최신예 전투기인 F-22도 기관포를 장착하였을 만큼 전통적으로 전투기의 고정무장으로 기관포를 고수하고 있는 미 공군의 경우를 보면 JSF의 여러 변형기종 중 적어도 공군형인 F-35A에는 기관포가 장착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마우저 27mm기관포
 

다만 확실하게 추론하여 볼 수 있는 것은 기관포 장착문제로 많은 말이 오고간다는 사실 자체가 역으로 생각하면 애당초 JSF 구상 시에 기관포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았다는 반증이다. 장차 대부분의 공중전은 상대방을 보지 않고 공대공미사일로만 벌어지는 BVR(Beyond-Visual-Range 가시권 밖)전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구상은 일견 타당한 측면도 있다.
 

       해병대형인 F-35B의 구조도인데 수직이착륙장치 탑재로 기관포 수납공간이 없다
 

BVR과 이를 뒷받침하는 고성능의 레이더 및 조기경보기술 그리고 미사일의 획기적인 성능 향상은 더 이상 기관포로 적기와 근접하여 교전하는 상황이 없도록 바꾸었다. 그런데도 미 공군이 기관포를 고집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사실 미사일 만능주의는 최근에 나온 현상은 아니고 이미 오래전 이야기의 리바이벌에 불과하다.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인 AIM-120 AMRAAM의 발사모습
 

최초의 공대공 미사일이며 열 추적 유도탄의 대명사이기도 한 AIM-9 사이드와인더가 실전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58년이다. 첨예한 냉전시기에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발생한 대만군과 중공군 간의 충돌 당시 대만공군의 F-86은 미국이 개발하여 비밀리에 실전에 배치한 사이드와인더를 장착하고 있었다.
 

                          초기 사이드와인더인 AIM-9A 형을 장착하고 있는 F9F
 

반면 중공군의 MiG-15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독파이팅(Dog Fighting-근접 공중전)만을 할 수 있는 무장만 갖추고 있었으며, 당연히 미국 측이 제공한 사이드와인더의 존재를 몰랐다. 그 이전에 벌어졌던 형식대로 공대공 전투는 개시되었고 후위가 상대에게 물린 전투기는 급강하 기동 등을 통하여 상대의 사정권을 벗어나는 전술을 구사하였다.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 대만군의 F-86
 

중공군의 MiG-15 조종사들이 F-86의 기관포 사정권을 벗어났다고 안심해하는 순간 F-86이 발사한 사이드와인더들이 순식간 다가와 후위를 강타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피격 된 수많은 중공의 MiG기들은 차례차례 대만해협으로 추락하였다. 공대공미사일의 대명사가 된 사이드와인더의 성공적인 데뷔 모습이었다.

 
            1958년에 있었던 대만해협전투에서 공대공미사일이 찬란하게 데뷔하였다
 

이런 일방적인 결과는 소련에게는 충격을, 미국에게는 자만심을 가지게 만들어 버렸는데 특히 미국의 자만심은 차후의 공대공전투전술을 미사일을 기반으로 하는 체계로 급속히 변화시켰다. 공대공미사일이 이제 하늘의 주역으로 등장하였음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맹신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단이었다. 미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코피가 터졌다. (계속)

 




신고
Posted by 열혈국방 트랙백 0 : 댓글 1


  하늘의 라이벌 [ 2 ] 

제트시대에 재현된 개구리들


                                                  공군 F-80 Shooting Star



제2차 대전 후 제트시대가 도래하면서 공군(이때부터 육군 항공대에서 공군으로 독립)의 F-80 Shooting Star와 해군의 F2H Banshee가 최초로 공군과 해군의 제트전투기로 각각 제식화됩니다. 이 당시 미국은 유럽과 태평양에서 사상 최대의 전쟁을 승리하였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전후 세계최강의 위용을 뽐내며 감히 누가 내게 맞서랴하는 자만심이 충만하였던 시기였습니다.


                                         해군의 F2H Banshee


그러다가 선배들인 P40과 F4F의 꼴을 답습하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하늘에 제트 1세대의 최강 전투기 중 하나로 인정받는 소련의 MiG-15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말미암아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꼬리를 내리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또 한 번 서로 간에 잘난 척만 하다가 곧바로 사라진 그저 그런 전투기들이 되었습니다.


                                      공군의 승리  


6.25전쟁에서 갑작스런 MiG-15의 등장에 그나마 미 공군은 F-86 Sabre라는 회심의 후속대타가 있었고 이후 MiG-15와 F-86은 항공전사에 길이 남는 인상적인 공중전을 펼쳐 보이며 세기의 라이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면 해군은 사실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은 침울한 시간을 보냅니다.

 

                                          공군 F-86 Sabre 


시급히 도입한 F9F Cougar 등을 써보기도 하였지만 사실 적기는 물론이거니와 철천지원수인 공군의 F-86의 능력과 맞먹는 놈을 쉽게 제식화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사실, 함재기들은 항공모함 탑재를 위하여 공군기에 비해 기체구조에 제약사항이 많을 수 밖에 없었고 때문에 능력의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제트시대에 와서는 이러한 제약이 더욱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F-86의 해군용 버전인 FJ Fury
 

해군은 결국 자존심을 뭉개가며 울며 겨자 먹기로 공군의 F-86을 함재기로 재설계하여 FJ Fury 라는 이름으로 항공모함에 탑재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설명하였던 이유로 함재기로 재설계하면서 F-86 고유의 능력을 많이 상실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그저 그런 평범한 전투기가 되며 별다른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합니다. 제트시대에 와서 해군은 더 이상 공군의 상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해군의 절치부심 
 

F-86의 성공에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 공군은 1950년대 일련의 제트기시리즈를 개발합니다. 이른바 센추리시리즈 (Century Series)라고 불리던 F-100 이후의 전투기들이었습니다. 그 첫째 작품이 세이버의 닉네임을 계승한 F-100 Super Sabre로 제식화 된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소련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 MiG-19를 충분히 대적 할 수 있으리라 판단  하였습니다.
 

                                                   공군 F-100 Super Sabre


반면 해군은 F-100과 동일한 엔진을 장착하였으나 기동성과 맷집능력이 뛰어난 F8U Crusader를 제식화하였고 이들은 동시에 월남전에 참전합니다. 자만하였던 공군은 MiG-17 과 MiG-21에 믿었던 F-100이 혼쭐이 나자 곧바로 일선에서 후퇴시킵니다. 그러면서 마구 개발 하였던 전투기들을 이것저것 되는대로 참전시키기 시작하였습니다. 


                                            해군 F8U Crusader
 

사실 월남전은 미공군기의 능력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정치적 입김에 가해진 교전규칙 때문에 특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같은 제약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동안 절치부심하며 내공을 키워왔던 해군은 F8U의 뛰어난 기동력으로 공대공전투에서 짭짤한 성과를 얻어내었고 서서히 공군의 망신살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공군의 박탈당한 자존심 
 
 

센추리씨리즈를 개발한다고 난리치던 공군이 많은 전투기를 만들어내었음에도 실전에서 뾰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이에 내공을 키워온 해군은 희대의 도깨비 F4H Phanthom II를 함재기로 제식화 하였습니다.  그동안 센추리씨리즈가 월남전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초초해진 공군은 평판이 자자한 도깨비를 해군으로부터 빌려서 시험                  

                                             해군 F4H Phanthom II

 
그 결과 지금까지 공군이 개발하였던 모든 전투기들의 능력을 초과한다는 사실에 경악하였고 비록 자존심상하는 일이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이를 공군전투기로 제식화하기로 합니다. 여담으로 공군기를 함재기로 만들기는 힘들지만 함재기를 공군기로 전환하기는 상당히 쉽습니다.

 

                                           F4H의 공군용 버전인 F-110 Spectre
 

최초에는 공군 제식부호인 F-110 Spectre 라고 명명하였으나 이마저도 1962년 시행된 국방성의 제식화 부호 통일계획에 따라 F-4 Phanthom II라는 해군의 명칭을 그대로 가져다 쓰게 되었습니다. 굳이 공군이 살린 마지막 자존심이라면 기관포를 장착하고 공중 급유구를 해군과 다르게 설치하였던 점 정도라 할 만큼 공군은 라이벌 해군에게 굴욕을 겪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열혈아 트랙백 0 : 댓글 1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