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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9 100년 전 그 자리로 돌아온 군함 '바랴그'를 보며..[下]







인연 혹은 악연 [下]
 
 
집중 공격을 받아 인천 앞바다에서 격침당한 바랴그를 조사한 일본은 함의 상태가 의외로 양호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인양하여 수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전리품이 되어 일본으로 끌려가 수리를 받은 바랴그는 오노(小野)로 이름이 바뀌어 일본 해군의 훈련선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약 10년 후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에 바랴그는 돈을 받고 러시아에 되팔려가는 운명이 되었는데, 이것은 사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전성기 당시의 바랴그
 

러시아가 이배에 대해 가지는 애착이 남달랐다고 할 지는 모르겠으나 격침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적에게 노획된 굴욕의 함을 돈을 주고 되샀던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1차대전 당시 러시아와 일본 모두 연합국이었고 러시아의 전황이 워낙 다급하였기 때문에 벌어진 작은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이처럼 바랴그의 운명은 기구하였다. 하지만 바랴그의 이후 생애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인천 앞바다에 침몰한 바랴그
 

러시아 함대에 배속 된 바랴그는 발트해 인근에서 벌어진 해전에 투입되었으나 독일과의 전투 중 피격을 당하면서 수리를 위해 1917년 영국의 리버풀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러시아혁명이 발발하고 그 와중에 수리비를 내지 못할 처지가 되자 영국 해군이 바랴그를 나포해 버렸다. 하지만 선령이 너무 오래되어 사용가치가 없자 전후인 1923년 독일에 고철로 판매되었고 결국 해체되어 용광로 속으로 사라졌다.

 

                                  영국에 있는 바랴그 기념비
 

역사의 격랑 속에 초라하게 생을 마감하였지만 한때 위기의 순간에도 불굴의 용기를 뽐냈던 바랴그라는 이름에 대한 향수를 잊을 수 없었던 러시아인들은 1989년 소련 최초의 본격 항공모함이라 할 수 있는 쿠즈네초프(Kuznetsov) 급 2번 함의 이름을 바랴그로 명명하고 건조를 진행하였다. 30여기의 고성능 Su-33 함재기를 운용 할 수 있는 쿠즈네초프 급 항모는 현재 미국의 항모를 제외 한다면 최강으로 손색없는 야심작이다.

 

                              건조중단 당시의 항공모함 바랴그
 

그런데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막대한 건조비용을 감당 할 수 없었던 러시아는 70%의 공정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제작을 포기하였고 선명 또한 동시에 취소되었다. 그 후 여러 차례의 용도변경이나 매각협상 끝에 비운의 항공모함은 2001년 중국에 팔렸는데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도착한 곳이 공교롭게도 100년 전 요동반도의 지배자로 군림하던 제정러시아 해군의 모항이었던 따롄이었다.  즉 100여 년 전 바랴그가 활동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따롄의 조선소에서 개조작업 중인 바랴그
 

건조가 취소되면서 이름이 공중에 떠버린 바랴그는 한동안 사라진 이름이 되었다. 그러다가 구 소련의 해체 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함대 분리에 관한 협정을 맺으면서 최강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슬라바 급 순양함들 중 하나인 체르포나(Chervona)를 러시아 해군이 인계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이름이 바랴그로 명명되었다. 최강의 함에 또다시 바랴그라는 이름을 승계한 것을 보면 러시아 해군이 바랴그라는 함명에 대해 갖는 애정이 유별난 것 같다.
 


                             인천항을 방문한 미사일 순양함 바랴그
 

지난 2004년 2월 바랴그 함을 포함한 러시아 함대가 인천항을 방문하였던 적이 있었는데 러일전쟁 100주년을 맞아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산화한 바랴그와 까례에츠의 전몰장병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바랴그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인연이 있는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힘이 없어 우리 땅과 바다가 외세의 각축장이 되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유쾌한 기억이라 할 수는 없다.

 

                  2011년 2월에 속초함에서 벌어진 러시아 해군 추모행사
 

알아 본 것처럼 러시아 해군에게 바랴그는 상당히 곡절이 많았던 함명 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우리 역사에도 자국을 남겼고 중국과 일본에게도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더구나 한 때 바랴그라는 이름으로 건조되던 항공모함이 중국의 따롄으로 가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으로 취역할 준비를 마쳤다는 것도 현재 우리의 안보환경과 연관 지어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100년 전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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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열혈국방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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