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개인적 생각에 제복이 가지고 있는 의미 중에서 기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행해야할 업무와 그 업무가 주로 이뤄지는 환경을 고려해서 최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제복의 모양이나 형태, 재질이 가능성을 저해한다면 제복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그런데 제복은 고유의 기능성 말고도 그 제복을 입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영향을 주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체성의 부여이다. 오늘 설명할 파병복도 마찬가지다. 파병복은 그 제복을 입고 근무할 환경과 업무를 꼼꼼하게 고려해서 만드는데, 그 옷을 입고 임무를 수행할 사람들의 정체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병복이라고 뭐가 달라?


평소 작전을 수행하는 지역과는 환경이 다른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는 그에 맞는 군복이 필요하다. 그런데 고대사에는 파병 당시 어떠한 옷을 입고 임무를 수행했는지 세밀한 사항이 적혀 있지는 않아 당시의 표준 군복에 대한 기록으로 유추할 수 밖에 없다. 자료를 보면 고려나 조선시대 병사의 복장이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경번갑, 일본원정 당시 유사한 복장을 했으리라 추측해 본다.


                                               조선 수군의 임무 모습을 담은 그림


       얼핏보면 그냥 평범한 천으로 만든 것 같지만 천 안쪽에 흉갑을 대고 누벼 방탄복의 기능


월남전부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투복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는 장병들의 복장을 살펴보면 임무수행지역의 특성을 반영했지만 당시 우리 군 장병들의 기본 복장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월남으로 향하는 청륭부대원


                                                   월남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



위의 사진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월남전에 파병되었던 백마부대 장병의 왼쪽 어개에 부대마크가 희미하게 보인다. 사진만으로도 어느 곳에서 임무를 수행한 어떤 부대인지 알아낼 수 있다. 파병부대의 마크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뭔가 조금씩 달라보여


천편일률적이던 전투복도 최근 임무수행지역이 다양화 되면서 단순함에서 벗어나 파병복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변해갔다. 가장 먼저 변한 것이 해당지역의 환경을 고려한 무늬와 색깔이다. 사막, 열대우림, 산악지형 등 한국과는 전형 다른 곳에서 임무를 수행할 장병들에게는 개별 환경에 어울리는 복장이 만들어져 지급되었다.


                               지난 번 퀴즈의 정답이기도 한 공군 수송단원의 복장.
                                사막이라는 환경과 어울리도록 고안되었다
.


                 유사한 지역으로 가는 장병들의 복장은 비슷한 색깔과 무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 아직까지는 서두에서 이야기한 정체성을 파병복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 파병복들과는 다른 것이 생겨난다. 바로 자랑스러운 태극기다.


                앙골라로 파병되었던 공병부대의 복장이다.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붙어 있다.
                        그리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 어깨에 태극모양도 보인다.


                                         이 사진에서는 태극 모양이 조금 더 자세히 보인다.


나중에는 가슴에 붙은 태극기와 왼쪽 어깨의 태극모양이 하나로 통일된다.



왼쪽 어께에 태극기와 korea라는 글자를 붙이고 있는 자이툰 부대원의 사진. 사막이라는 지역적 특색으로 색깔과 무늬가 달라졌다. 그런데 위의 사진과 비교하면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위의 공병대대원은 하늘색에 가까운 Blue Helmet을 착용하고 있고 자이툰 부대원은 전투복과 동일한 색깔의 방탄모를 착용하고 있다. 그 차이는 UN PKO의 이름으로 근무하느냐 아니냐에서 비롯된다.



위 사진을 보면 우리나라 파병장병과 임무교대를 하는 부대원, 그리고 임무기를 수여하는 지휘관의 복장이 모두 다르지만 하늘색 베레모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지역적 구분없이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 지형의 색깔과 모양을 분석해내서 반영한 일명 '디지털 전투복'이 파병복장으로 사용된다.


                                                아이티 PKO 파병장병인 이선희 소령


                              아이티 파병 선발대가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장면이다. 
                  위의 이선희 소령 사진과 동일한 모양과 무늬의 파병복을 하고 있다.


 어떠한 복장을 했건, 어떤 모자를 쓰건 사실 파병장병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이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바로 설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왼쪽 감슴에 달려있는 태극기이다. 필자도 과거 1년 동안 파병부대원으로 근무했는데, 힘든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되새겼던 말이 있다. 바로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라는 문구다. "내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책임감도 컸지만 태극기가 붙어 있는 파병복을 입는 순간 나는 단순한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병이 된다. 우리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을 무조건 응원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대한민국을 위해 그곳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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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동적인 참여의 필요성
 
 
재해 발생 시 가장 먼저 벌일 활동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인데 이것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입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으로 시설복구에 들어가는 것이 수순인데 이때부터는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지진 이전부터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었을 만큼 사회가 불안했던 아이티 같은 국가의 경우는 재해 구호와 더불어 치안확보 또한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강도로부터 상점을 지키는 무장 아이티인
 

굳이 아이티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일거에 엄청난 재해가 닥치면 치안이 불안해지지만, 총기로 무장한 약탈 세력이 준동한다면 일단 최소한의 긴급 구호 체계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구조단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치안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행위도 당연히 필요한데, 사실 이것은 사회 불안세력이 함부로 준동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의 압도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진 전에도 평화유지군이 활동할 만큼 아이티의 치안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UN평화유지군으로 파견 근무 중인 이선희 소령)
 

그 정도의 능력이라면 평상시에는 대개 경찰력 정도로 충분하지만, 전쟁과 맞먹는 재해 상황에서는 군의 투입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즉, 분쟁지역처럼 재해지역에서도 일종의 평화유지 활동이 필요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軍은 엄청난 자연재해 시 생명의 구조, 피해의 복구, 사회 안정유지를 동시에 유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군의 통제 하에 구호 물품을 배급하는 모습

 
이번 아이티지진사태 시 미군이 치안 확보의 일환으로 전격적으로 아이티대통령궁을 점거한 것이 향후 아이티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시도라는 기사도 있었지만,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은 그다지 많지 않고 당연한 민사작전의 일환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점은 다시 말해 해외 재해 지역에의 군 투입은 보통의 군사작전과 전혀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이티 대통령궁을 장악한 미군

 
우리나라의 경우도 유엔의 요청으로 아이티에 200여명 규모의 병력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파견키로 하였습니다. 이것은 국제사회에 일정한 부분을 책임져야할 우리나라에게 부과된 당연한 의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병력을 파견하는데 적어도 한 달 이상의 준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서 지금 당장 활약하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레바논 주둔 UN 평화유지군으로 파견 된 동명부대

 
현재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두 차례에 걸쳐 아이티에 구조대를 파견하였는데, 119구조대를 중심으로 구성된 1차 구호대는 인명구조가 주임무였고, 1월 20일 파견된 2차 구호대는 의료지원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고 여기에는 공군소속 전문 구조사 1명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후속하여 군이 파견될 경우에는 평화유지 활동과 재건활동이 주 임무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119구조대를 위주로 파견된 1차 구호대의 활약상

 
사실 우리나라의 국력을 고려할 때 이처럼 순차적인 파견보다 인명구호, 재해복구 그리고 치안확보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군의 즉각적인 파견도 고려해봄 직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국민의 절대적인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관련한 법률도 정비되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민과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소말리아 해역으로 파견되는 청해부대의 모습

 
해외재난 사태 발생시 우리나라의 즉각적인 구호참여가 필요할 때, 현재처럼 후방지원도 당연히 수행하여야 할 임무이지만 여기에 더해 우리군도 즉각 해외에 파견되어 구호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 및 시스템을 미리미리 갖추는 것이 좋다고 판단됩니다.  적어도 치안 상태 때문에 구호활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없도록 처음부터 군이 함께 파견되어 구조단 보호는 물론 직접 긴급 구조임무에도 투입되는 것이 보다 합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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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소령 아이티서 헌신적 구호"

국방일보나 한국신문에 소개된 내용이 아닙니다. 지난 17일 브라질의 유력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에서는 아이티 유엔안정화지원단(MINUSTAH)에서 근무중인 이 선희 소령(여군 35기)의 활동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폴랴 데 상파울루 신문에 소개된 이선희 소령 기사



신문은 MINUSTAH에 참여하고 잇는 유일한 한국 군인인 이 소령이 MINUSTAH의 브라질 군 캠프에 임시 숙소를 마련해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쉴새 없이 아이티 재건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신문에서는 "전투화를 3일동안 벗지 않고, 앉아서 잔걸"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도 이소령의 헌신적인 모습이 예상되시죠.!!!




이 소령은 09년 11월, 1년의 기간으로 파견되었으며, 평화유지군에 소속된 군 및 경찰의 유류, 식량, 식수 등을 담당하는 군수 담당 장교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티 재건을 돕기 위해 근무기간 연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소령의 군인정신에 고개가 숙여 지네요. 한편, 개인 및 부대별로 세계에 파병나가 있는 한국군은 14개국 700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유엔군 통수권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기지내 기자회견장에서 이소령을 만나 "이 소령이 여기서 근무한다는 애길 듣고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면서 "앞으로도 열심히 해달라"고 격려하셨다고 합니다.

사실 이선희 소령의 경우는 운이 좋은 케이스랍니다. 

이소령은 지진이 발생한 지난 12일 오후 유엔 사무실로 사용 중이던 시내 몬타나호텔에 있다가, 잠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사이 대지진으로 인해 호텔 건물이 팬케익처럼 차례차례 모두 무너져 내렸고, 호텔 외부에 있던 이소령은 극적으로 살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근무하던 유엔 직원 40여명은 건물잔해에 깔려 사망했고, 190여명의 직원들은 실종된 상태라고 하니 안타까움이 이루말할 수 없네요. 파견된 우리 119 구조대원들의 활약에 조그만 기대를 걸어봐야 겠습니다.



   




유엔이 현재의 인력으로는 부족해 각국에 치안유지 병력을 아이티에 추가로 보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정부에서도 PKO 파병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동의와 유엔과의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사안이 시급한만큼 긴급히 편성될 수 있겠죠.!!!




우리 정부는 아이티에 천만 달러 규모로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등, 아이티에 대한 구호의 손길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선희 소령을 위시한 우리 민관군의 구조 및 구호활동이 대지진으로 인해 상심해 있는 아이티인들에게 조그만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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