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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24 아픔을 망각하고 앞으로 나갈 수는 없다





아픔을 망각하고 앞으로 나갈 수는 없다
 
 
지난 2004년 2월 초,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의 미사일 순양함 바르야그(Varyag)가 이끄는 일단의 군함들이 인천항을 방문하였다. 양국 해군의 친선도모 등 여러 목적이 있었지만, 한반도를 빙 돌아 인천을 방문한 가장 큰 이유는 정확히 100년 전 러일전쟁 당시에 인천 앞바다에서 전사한 제정러시아 함대 소속 장병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였다.


                                             러시아의 미사일 순양함 바르야그
 

1904년 1월 27일, 일본함대가 당시 러시아의 조계지였던 뤼순(현 따롄)항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함대를 급습하여 러시아 군함 3척을 침몰시키면서 러일전쟁이 발발하였는데, 이 와중에서 두 척의 러시아 순양함이 극적으로 항구를 탈출하였다. 하지만 제물포(현재 인천항) 앞 팔미도 부근에서 추격에 나선 14척의 일본 군함들에 의해 엄중히 포위당하는 위기에 빠졌다.


                                      뤼순항에서 탈출한 바르야그(右)와 까레예쯔
 

14대 2라는 엄청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군함들은 항복 대신 교전을 선택하였다. 용감하게 포탄을 일본 함대에 발사하여 2척의 일본 순양함을 침몰시키면서 분전하였으나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일본 함대의 집중 공격을 받아 침몰 당하였다(이상 제물포해전).  그런데 당시에 침몰하여 수많은 수병이 목숨을 잃은 러시아 군함들의 이름이 바르야그까레예쯔(Koreyets-한국이라는 뜻)였다.

 

                        제물포 해전에서 일본 해군의 압도적인 공격으로 침몰당한 바르야그
 

이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일부 러시아 수병들은 일본의 포로가 되었다가 강화조약 성립 후 본국으로 귀환할 수 있었는데, 제물포 해전에서 보여 준 죽음을 불사한 저항 때문에 영웅으로서 열렬히 환영 받았다. 이처럼 비록 비참한 최후를 당했지만 바르야그와 까레예쯔는 러시아 해군의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지난 2004년 인천을 방문한 러시아함대 지휘관의 모습
 
 
그래서 100년이 지난 2004년, 같은 이름을 승계 받은 바르야그함이 역사적인 패전의 장소를 방문하여 추모행사를 벌였던 것이었고, 인천 연안부두 친수공원에 추모비까지 세웠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는데, 구 소련 해군이나 지금의 러시아 해군 함정들은 대한해협을 통과할 때마다 반드시 러일전쟁 당시에 산화한 러시아 해군 전몰용사들에 대한 추모행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연안부두 친수공원 내 추모비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러시아가 세계사에서 참패로 기록된 러일전쟁 당시의 치욕을 결코 잊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예라 할 수 있다. 비록 바르야그가 적의 공격으로 침몰 당해 러시아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안겨주었지만, 현재 최신 전투함의 이름을 바르야그로 명명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습공격한 적과 중과부적의 상태에서도 당당히 맞섰다는 사실 또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비참한 최후를 당했지만 바르야그는 영원히 기억될 이름이다
 

러시아 해군이 정작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적을 얕보고 방심하였던 사실이다. 즉 패배 그 자체보다 상대를 무시하였던 자체가 바로 치욕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오래전 산화한 장병들을 추모하면서 역사적 과오를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것이다. 이처럼 치욕은 아픔이지만 회피하여야 할 과거의 유산은 결코 아닌 것이다.
 


                                                      합동영결식

 
지난해 5월 4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천안함이 침몰한 3월 26일을 '국군 치욕의 날'로 인식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당시에 치욕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까지 자책하였던 것은 그만큼 결의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다. 적의 기습에 의해 꽃다운 수많은 장병들이 희생당한 엄청난 사실을 단지 아픈 기억이라고 회피할 수는 없다.

 

                                치욕을 결코 잊지 말고 와신상담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결과가 치욕스럽다고 이를 무조건 감추거나 숨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러한 자세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치욕을 깊이 되새기고 반성의 기회로 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3월 26일을 잊지 말고 기억하여야 하며,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되새기는 반면교사의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천안함과 순국장병들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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