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새로 만든다는 것이

 
 
음모론이나 무기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한 번 정도 제2차 대전 당시에 독일이 만들었던 비밀무기에 관한 이야기를 보거나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V-1, V-2, Me-262처럼 실제로 전선에 등장하여 연합군을 경악시킨 놀라운 무기도 있었지만, 단지 구상단계로 끝나고 이후 흥밋거리로 전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음에 소개할 내용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V-2는 대표적으로 알려진 나치의 비밀병기다.


 
오래전 인터넷 검색 도중 아래 그림을 보고 깜작 놀랐던 적이 있었다. ( 현재는 폐쇄된 폴란드사이트로 후속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지 가정으로만 끝날 수 있는 내용일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그림은 독일의 유명한 항공기 제조사인 포케울프(Focke Wulf)가 제2차 대전 말에 콘셉을 잡은 차세대 전투기인 Ta-183의 예상도인데, 설명이 너무 자세히 되어있었다.

 
                                       상상력을 유발시킨 문제의 Ta-183 그림
 

설명에 따른다면 전쟁 당시에 포케울프의 제작소나 연구소 같은 관련 시설이 東프로이센(East Prussia-현재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와 폴란드 동북부 일대)에 있었던 듯하다. 사실 습작에 불과한 단순 개념도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미 독일은 최초로 제트기를 만들고 제트전투기도 처음 데뷔시킨 나라인데다 Ta-183의 디자인도 극히 평범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제2차대전 당시 포케울프사의 명성을 드높인 프로펠러 전투기 Fw-190
 

그림을 보고 놀랐던 이유는 사실 다른데 있었다. 포케울프 제작진이 제2차 대전 후 스웨덴으로 가서 제트기 제작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 동서진영을 대표하여 제트전투기로 명성을 드높인 후퇴익 제트전투기인 F-86과 MiG-15는 제2차 대전 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국과 소련에서 옮겨간 독일 기술진들이 직간접적으로 제작에 참여하였다. 그래서 거의 동시에 등장한 이 두 전투기의 외형이 놀랄만큼 비슷하다.

 
                        MiG-15(전)와 F-86이 비슷한 모습을 가지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거의 동시대에 중립국 스웨덴이 최신 후퇴익 제트전투기인 J-29를 선보였는데, 이것은 미국과 소련 외에 처음으로 제식화에 성공한 후퇴익 제트전투기이었다. 제트기 (그것도 후퇴익)의 개발은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동안 별다른 기술적 기반이 없다고 평가되던 스웨덴이 J-29를 만들어낸 데에는 패전국 독일 기술진의 참여가 있었을 것이라 심증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밀 기계공업의 강국인 스웨덴의 자체 기술력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스웨덴의 SAAB J-29 Tunnan

 
특히 포케울프가 구상하던 여러 제트전투기 모델 중 Super TL과 스웨덴의 J-29는 이름만 바꿔 달았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너무 닮았다.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나치 비밀병기 콘셉을 보면 UFO타입의 나치 비밀병기처럼 당대 기술로 불가능한 것들이 많지만 Super TL은 실현 가능성이 컸던 모델이어서 전후 독일 기술진의 J-29 제작 참여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포케울프가 구상하고 있던 Super TL

 
포케울프의 관련 시설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東프로이센은 소련군에게 제일 먼저 점령된 독일영토였다. 당시 거기에 살던 400여만의 독일인들은 보복을 피해 피난을 하였는데, 제트기 엔지니어들이 발트해 건너에 있던 중립국 스웨덴으로 도피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사실 이 정도 고급인력이 굴러 들어온다면 마다할 나라는 없다. 그들이 스웨덴에 정착하여 제트기 전투기 개발에 착수하지 않았을까?
 

                             오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스웨덴의 최신 전투기 그리펜
 

그렇다면 오늘날 최신예 전투기인 그리펜(Grippen)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스웨덴의 전투기 제작기술은 독일의 기술진이 뿌린 씨앗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한 장의 개념도에 쓰여 있는 내용과 J-29를 연관지어 이처럼 여러가지 가능성이 생각나게 만들 만큼 고성능 제트기를 자력으로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그것은 현재도 그렇다.

 
                                                공군의 고등훈련기 T-50
 

사실 우리가 T-50 Golden Eagle 같은 고성능 제트기를 직접 만들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앞에서 추론한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외부의 자발적 도움 가능성도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제트기 제작에 관한 노하우 습득에 있어서 거의 백지상태에서 시작하였다. 그러한 어려움을 겪으며 이뤄낸 쾌거여서 더욱 자랑스럽고 그 성과가 소중하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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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의 라이벌 [ 2 ] 

제트시대에 재현된 개구리들


                                                  공군 F-80 Shooting Star



제2차 대전 후 제트시대가 도래하면서 공군(이때부터 육군 항공대에서 공군으로 독립)의 F-80 Shooting Star와 해군의 F2H Banshee가 최초로 공군과 해군의 제트전투기로 각각 제식화됩니다. 이 당시 미국은 유럽과 태평양에서 사상 최대의 전쟁을 승리하였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전후 세계최강의 위용을 뽐내며 감히 누가 내게 맞서랴하는 자만심이 충만하였던 시기였습니다.


                                         해군의 F2H Banshee


그러다가 선배들인 P40과 F4F의 꼴을 답습하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하늘에 제트 1세대의 최강 전투기 중 하나로 인정받는 소련의 MiG-15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말미암아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꼬리를 내리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또 한 번 서로 간에 잘난 척만 하다가 곧바로 사라진 그저 그런 전투기들이 되었습니다.


                                      공군의 승리  


6.25전쟁에서 갑작스런 MiG-15의 등장에 그나마 미 공군은 F-86 Sabre라는 회심의 후속대타가 있었고 이후 MiG-15와 F-86은 항공전사에 길이 남는 인상적인 공중전을 펼쳐 보이며 세기의 라이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면 해군은 사실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은 침울한 시간을 보냅니다.

 

                                          공군 F-86 Sabre 


시급히 도입한 F9F Cougar 등을 써보기도 하였지만 사실 적기는 물론이거니와 철천지원수인 공군의 F-86의 능력과 맞먹는 놈을 쉽게 제식화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사실, 함재기들은 항공모함 탑재를 위하여 공군기에 비해 기체구조에 제약사항이 많을 수 밖에 없었고 때문에 능력의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제트시대에 와서는 이러한 제약이 더욱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F-86의 해군용 버전인 FJ Fury
 

해군은 결국 자존심을 뭉개가며 울며 겨자 먹기로 공군의 F-86을 함재기로 재설계하여 FJ Fury 라는 이름으로 항공모함에 탑재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설명하였던 이유로 함재기로 재설계하면서 F-86 고유의 능력을 많이 상실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그저 그런 평범한 전투기가 되며 별다른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합니다. 제트시대에 와서 해군은 더 이상 공군의 상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해군의 절치부심 
 

F-86의 성공에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 공군은 1950년대 일련의 제트기시리즈를 개발합니다. 이른바 센추리시리즈 (Century Series)라고 불리던 F-100 이후의 전투기들이었습니다. 그 첫째 작품이 세이버의 닉네임을 계승한 F-100 Super Sabre로 제식화 된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소련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 MiG-19를 충분히 대적 할 수 있으리라 판단  하였습니다.
 

                                                   공군 F-100 Super Sabre


반면 해군은 F-100과 동일한 엔진을 장착하였으나 기동성과 맷집능력이 뛰어난 F8U Crusader를 제식화하였고 이들은 동시에 월남전에 참전합니다. 자만하였던 공군은 MiG-17 과 MiG-21에 믿었던 F-100이 혼쭐이 나자 곧바로 일선에서 후퇴시킵니다. 그러면서 마구 개발 하였던 전투기들을 이것저것 되는대로 참전시키기 시작하였습니다. 


                                            해군 F8U Crusader
 

사실 월남전은 미공군기의 능력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정치적 입김에 가해진 교전규칙 때문에 특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같은 제약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동안 절치부심하며 내공을 키워왔던 해군은 F8U의 뛰어난 기동력으로 공대공전투에서 짭짤한 성과를 얻어내었고 서서히 공군의 망신살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공군의 박탈당한 자존심 
 
 

센추리씨리즈를 개발한다고 난리치던 공군이 많은 전투기를 만들어내었음에도 실전에서 뾰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이에 내공을 키워온 해군은 희대의 도깨비 F4H Phanthom II를 함재기로 제식화 하였습니다.  그동안 센추리씨리즈가 월남전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초초해진 공군은 평판이 자자한 도깨비를 해군으로부터 빌려서 시험                  

                                             해군 F4H Phanthom II

 
그 결과 지금까지 공군이 개발하였던 모든 전투기들의 능력을 초과한다는 사실에 경악하였고 비록 자존심상하는 일이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이를 공군전투기로 제식화하기로 합니다. 여담으로 공군기를 함재기로 만들기는 힘들지만 함재기를 공군기로 전환하기는 상당히 쉽습니다.

 

                                           F4H의 공군용 버전인 F-110 Spectre
 

최초에는 공군 제식부호인 F-110 Spectre 라고 명명하였으나 이마저도 1962년 시행된 국방성의 제식화 부호 통일계획에 따라 F-4 Phanthom II라는 해군의 명칭을 그대로 가져다 쓰게 되었습니다. 굳이 공군이 살린 마지막 자존심이라면 기관포를 장착하고 공중 급유구를 해군과 다르게 설치하였던 점 정도라 할 만큼 공군은 라이벌 해군에게 굴욕을 겪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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