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추모'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3.25 천안함에게 전하는 말
  2. 2011.03.24 아픔을 망각하고 앞으로 나갈 수는 없다





1년 전 오늘 천안함은 평소와 다름없이 서해바다를 항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날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모른채..




그리고 2010년 3월 26일 밤, 천안함의 침몰 소식을 전하는 뉴스 속보가 TV에서 흘러나왔다..

 



 "백령도 인근에서 경비중이던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고 있어서 긴급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합동 참모본부는 어제 밤 9시 20분 쯤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바닥에 구멍이 생겨 침수되기 시작하면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밤 11시 현재까지 구조된 인원은 58명이며.."

 

처음 뉴스를 듣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군함이 침몰하다니? 그것도 1,200톤급 초계함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있을 것 같지 않은 뉴스였기에 화면을 통해 보이는 엄연한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모든 것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의구심만 커질뿐  앞으로 다가올 충격과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북한 잠수함의 공격 가능성이 언급되고, 천안함과 함께 사라진 장병들의 이름이 하나 둘 발표되면서, 사건의 심각성을 실감하게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충격은 점점 더 거세게 밀려왔다. 
 
단 한명이라도 살아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희망에 말그대로 목숨을 건 실종 장병 수색작업이 전개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생존가능성에 절망하게되었고, 오히려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한주호 준위의 사망과 금양호의 침몰로 안타까운 희생 소식이 잇따르면서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고통은 점점더 커져만 갔다. 결국 그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결코 놓을 수 없을 것 같던 실종 장병 가족들마저 사랑하는 아들, 남편을 스스로 포기하는 비극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가까스로 천안함이 인양되고,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46명의 장병을 온 국민이 추모하며 떠나 보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를 또 다른 혼란에 빠트리며 흔들어 놓았다. 

결국 북한의 비열한 만행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과 슬픔에 분노까지 더해져...
그렇게 온 나라가 거의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를 것 같던 시간을 견뎌내야만 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 그 아픈 기억이 시간의 한바퀴를 돌아와 다시금 천안함을 떠올리게 한다. 아픔의 크기가 망각의 속도를 늦춰 놓는 걸까?  바로 어제의 일 같은데 벌써 일년이란 세월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다.  

천안함 1주기를 맞아 천안함 1주기 추모식, 유가족 위로행사, 46용사 위령탑과 한주호 준위 동상 제막식, 추모 음악회 등 군과 정부 그리고 여러 단체에서 주관하는 공식적인 추모행사가 많이 준비되고 진행될 예정이다. 



뿐만아니라 많은 일반 국민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지는 희생 장병 가족들의 사연을 접할 때면, 그때의 슬픔이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있음을 보게되어 다시금 마음이 아파오고, 그 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기 위해 무엇인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천안함 사건은 차라리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될 기억임을 알기에,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아픈 기억을 들춰내어
떠나간 장병과 그 가족을 다시한번 애도하고 위로하며, 또 우리 스스로에게 다시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반성과 다짐을 마음에 새기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천안함은 이제 평택 2함대 한 켠에 조용히 자리잡고,
그날을 기억하며 찾아오는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비록 바다를 누비는 임무는 종결되었으나,
우리 군에게는 한치의 방심과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강한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는 뼈아픈 자성을 심어주고,
국민들에게는 우리의 안보현실이 어떠한 상황인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어둡고 검푸른 바다의 거친 파도를 두려움 없이 당당한 모습으로 헤쳐나가며 우리의 바다를 지키던 저 배가... 이제 여러 겹의 철골에 몸을 의지한 채 땅위에 박제처럼 덩그러니 서있는 모습을 대하니 왠지모를 분노와 자책이 밀려든다.




천안함은 낮은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말하고 있는 것 같다.
 " 미안하다고,, 우리의 바다를 온전히 지키지 못해서..."


그에게 우리가 마음속으로 답해줘야 하지 않을까?
 "편히 쉬라고... 우리는 그동안 네가 최선을 다해 조국의 바다를 지켜왔음을 알고있고, 또 왜 지금 그자리에 있게 되었는지도 알고있다고"

 그리고 "너와 운명을 같이한 46명의 장병들과 함께 항상 우리 곁에 있어 달라고..,그러면 너는 영원히 침몰하지 않는 것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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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망각하고 앞으로 나갈 수는 없다
 
 
지난 2004년 2월 초,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의 미사일 순양함 바르야그(Varyag)가 이끄는 일단의 군함들이 인천항을 방문하였다. 양국 해군의 친선도모 등 여러 목적이 있었지만, 한반도를 빙 돌아 인천을 방문한 가장 큰 이유는 정확히 100년 전 러일전쟁 당시에 인천 앞바다에서 전사한 제정러시아 함대 소속 장병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였다.


                                             러시아의 미사일 순양함 바르야그
 

1904년 1월 27일, 일본함대가 당시 러시아의 조계지였던 뤼순(현 따롄)항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함대를 급습하여 러시아 군함 3척을 침몰시키면서 러일전쟁이 발발하였는데, 이 와중에서 두 척의 러시아 순양함이 극적으로 항구를 탈출하였다. 하지만 제물포(현재 인천항) 앞 팔미도 부근에서 추격에 나선 14척의 일본 군함들에 의해 엄중히 포위당하는 위기에 빠졌다.


                                      뤼순항에서 탈출한 바르야그(右)와 까레예쯔
 

14대 2라는 엄청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군함들은 항복 대신 교전을 선택하였다. 용감하게 포탄을 일본 함대에 발사하여 2척의 일본 순양함을 침몰시키면서 분전하였으나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일본 함대의 집중 공격을 받아 침몰 당하였다(이상 제물포해전).  그런데 당시에 침몰하여 수많은 수병이 목숨을 잃은 러시아 군함들의 이름이 바르야그까레예쯔(Koreyets-한국이라는 뜻)였다.

 

                        제물포 해전에서 일본 해군의 압도적인 공격으로 침몰당한 바르야그
 

이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일부 러시아 수병들은 일본의 포로가 되었다가 강화조약 성립 후 본국으로 귀환할 수 있었는데, 제물포 해전에서 보여 준 죽음을 불사한 저항 때문에 영웅으로서 열렬히 환영 받았다. 이처럼 비록 비참한 최후를 당했지만 바르야그와 까레예쯔는 러시아 해군의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지난 2004년 인천을 방문한 러시아함대 지휘관의 모습
 
 
그래서 100년이 지난 2004년, 같은 이름을 승계 받은 바르야그함이 역사적인 패전의 장소를 방문하여 추모행사를 벌였던 것이었고, 인천 연안부두 친수공원에 추모비까지 세웠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는데, 구 소련 해군이나 지금의 러시아 해군 함정들은 대한해협을 통과할 때마다 반드시 러일전쟁 당시에 산화한 러시아 해군 전몰용사들에 대한 추모행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연안부두 친수공원 내 추모비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러시아가 세계사에서 참패로 기록된 러일전쟁 당시의 치욕을 결코 잊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예라 할 수 있다. 비록 바르야그가 적의 공격으로 침몰 당해 러시아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안겨주었지만, 현재 최신 전투함의 이름을 바르야그로 명명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습공격한 적과 중과부적의 상태에서도 당당히 맞섰다는 사실 또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비참한 최후를 당했지만 바르야그는 영원히 기억될 이름이다
 

러시아 해군이 정작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적을 얕보고 방심하였던 사실이다. 즉 패배 그 자체보다 상대를 무시하였던 자체가 바로 치욕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오래전 산화한 장병들을 추모하면서 역사적 과오를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것이다. 이처럼 치욕은 아픔이지만 회피하여야 할 과거의 유산은 결코 아닌 것이다.
 


                                                      합동영결식

 
지난해 5월 4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천안함이 침몰한 3월 26일을 '국군 치욕의 날'로 인식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당시에 치욕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까지 자책하였던 것은 그만큼 결의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다. 적의 기습에 의해 꽃다운 수많은 장병들이 희생당한 엄청난 사실을 단지 아픈 기억이라고 회피할 수는 없다.

 

                                치욕을 결코 잊지 말고 와신상담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결과가 치욕스럽다고 이를 무조건 감추거나 숨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러한 자세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치욕을 깊이 되새기고 반성의 기회로 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3월 26일을 잊지 말고 기억하여야 하며,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되새기는 반면교사의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천안함과 순국장병들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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