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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5 6.25의 전우,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의 용맹한 사자들

 
 
조금 오래전인 2007년 3월 7일, 강원도 춘천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린 적이 있었다.
에티오피아(Ethiopia) 한국전 참전 기념관의 개관식이었는데, 참전 당시 에티오피아군의 활약상은 물론 현재 에티오피아의 물산 등을 상설 전시하는 복합공간이다.
의외지만 6.25전쟁에 참전한 UN군 국가의 기념관 중 이런 형식의 다목적 복합공간은 이것이 최초라고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티오피아 참전기념관 개관행사 당시
 

현재 지구상에 있는 200여 국가들 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로 손꼽히는 곳이 에티오피아다.
따라서 기아와 빈곤 타파를 위해 많은 비정부 구호단체들이 활동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세상사가 흥망성쇠를 겪듯이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만 3,000년이 넘는 에티오피아가 처음부터 못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우위에 있어 6.25전쟁 당시에는 군대를 파견하여 우리를 도와준 국가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세계 최고(最古) 교회 중 하나인 베트 지요르기스 교회 유적지
 

만세일계(萬世一係)를 자랑할 만큼 역사가 깊은 독립 국가였지만 에티오피아는 제2차 대전 직전 이탈리아의 침략으로 고초를 겪은 역사가 있었다.
당시 집권층에게 망명지를 제공하고 침략자 이탈리아군을 격퇴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영국의 영향으로 전후, 적극적인 친서방주의 정책을 취한 셀라시에(Haile Selassie 1892~1975) 황제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즉시 파병을 결정하였다.

 
                                 파병을 주도한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
 

아마도 잠시나마 국권을 잃었던 쓰라린 경험 때문이었는지, 그는 동서냉전시기가 도래하자 어느 한편에 확실히 가담하여야 차후에도 국가의 주권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전격적으로 파병이 결정되었는데, 1950년 8월 당시 에티오피아군은 황실근위를 담당하던 10개 대대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 중에서 자원자들을 차출하여 1개 대대규모의 신편 파병부대를 창설하였다.

 
                          파병 직전 카그뉴대대를 사열하는 셀라시에 황제
 

이 부대는 카그뉴(Kagnew) 대대라고 명명되었는데, 황실근위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였으나 사실 현대적 교리에 따른 대대급 전술훈련 경험도 없었던 전근대적인 군대였다.
하지만 파견 나온 영국군 교관의 지도하에 강도 높은 전투훈련을 받아 얼마 지나지 않아 용맹스러운 군대로 탈바꿈을 하였고, 1951년 5월 6일 파견사령관 게브레(Kebbede Guebre) 대령의 지휘 하에 부산에 도착하였다.

 
                           모자에 국기가 선명한 부산도착 직후의 모습
 

카그뉴대대는 부대정비 후 7월 11일, 가평으로 이동하여 종전 시까지 미 제7사단에 배속되어 전투에 참전하였다.
여타 UN군에 비교한다면 부대편성 및 교육훈련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비록 참전은 늦은 편이었지만, 1951년 9월 적근산전투를 필두로 1952년 10월 김화고지전투, 1953년 5월 요크, 엉클고지전투 등에 연이어 참가하면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용맹한 아프리카 사자들인 카그뉴대대의 전투 모습
 

이들이 전투를 벌인 곳은 오늘날 에티오피아군 참전비와 최근 건립된 기념관이 있는 춘천 일대의 중동부전선 일대였는데, 고원지대 출신들답게 고지전에서 탁월한 전과를 벌여서 용맹한 아프리카의 사자들답게 한번 피탈된 고지는 반드시 탈환하는 괴력을 선보였고 종전 시까지 적에게 포로가 된 에티오피아군 병사가 한명도 없다는 무서운 신화를 창조하였다.

 
           아프리카의 용맹한 사자들은 민사작전을 벌일 때 순한양들로 돌변하였다
                       ( 에티오피아군이 설립한 고아 보호시설인 보화원 )
 

연인원 총 3,518명이 이역만리 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에 참전하여 전사 120명, 부상 536명 등의 피해를 당한 에티오피아군은 1965년까지 순차적으로 철군하였다.
엘리트 집단인 황실근위대원이자 파병경력 때문에 병사들은 귀국하여 영웅대접을 받았으나, 1974년 멩기스투(Mengistu Haile Mariam 1937~)가 이끄는 쿠데타세력이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한 후 단지 북한과 싸우는데 이들이 자원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갖은 핍박을 받기도 하였다.

 
                                       전적지를 방문한 참전용사들
 

사회주의 정권의 탄압으로 탄압을 받은 6.25전쟁 참전 용사들은 수도인 아디스아바바 외곽에 한국촌(Korea Village)을 형성하여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으나, 다행히도 최근 한국 구호단체의 참여로 참전용사 및 그 후손들에 대하여 지원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되고 우리가 어려울 때 목숨을 주었던 그분들에게 더욱 많은 도움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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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열혈국방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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