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해군 정비창에 눈에 띄는 손님 10여 명이 한꺼번에 방문을 했습니다. 다음날부터 휴식시간이나 식사시간 틈틈이 검은 피부를 가진 군인들을 마주치게 되고, 어색한 Good Morning! 인사를 나누고서도 이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머나먼 아침의 나라에까지 와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답니다.



                                                            <이순신 장군 유적지 순례>


누구일까요. 이 사람들은?

이들은 바로 아프리카 서부의 가나에서 온 해군들이랍니다. 곧 한국에서 가나로 양도될 고속정을 인수하여 운용할 사람들인데, 10주간의 정비와 운용교육을 받기 위해서 미리 한국을 방문한 것이지요.

 
가나하면 무엇이 생각나세요? 가나 초콜릿? 가나에서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가 생산되긴 하지만 가나초콜릿은 가나에서 만든 게 아니랍니다. 하지만 가나사람들은 초콜릿 덕분에 한국에서 가나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 때문에 가나초콜릿 만드는 회사에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네요.



 


저는 가나하면 축구가 생각납니다. 올해 월드컵 바로 직전에 우리나라와 평가전을 치렀는데 우리가 아쉽게 2 :1로 패배를 했었지요. 아마 축구광팬들께서는 에시엔 등 가나의 스타플레이어들의 이름을 기억하실 겁니다.





가나는 국토면적이 우리 남한과 거의 비슷하고 구 영연방에 속했다가 1957년에 독립한 나라입니다. 국민소득이 800달러 남짓하여 아직은 빈국에 속하지만 풍부한 지하자원과 영미권 국가들의 지원에 힘입어 앞으로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지요.

 
바다와 해안의 지하자원을 지키고, 한 때 빈번하게 문제가 되기도 했던 밀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2008년도에 우리나라에 함정양도를 요청했고, 금년 초에 우리 정부에서 이를 수락함으로써 곧 우리 바다를 지키던 고속정이 아프리카 바다로 둥지를 옮겨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입니다.


고속정 참수리호 아시죠? 연평해전에서 활약했던 우리 해군의 날쌘돌이...





이들은 바로 우리나라가 곧 가나측에 무상으로 양도할 예정인 고속정 참수리 237호에 대한 정비 및 운용교육을 받기 위해 한국에 온 가나 군인들입니다.  학생장인 티오 해군 대위를 비롯하여 앞으로 우리 측이 양도할 고속정을 책임지고 운용할 사람들이지요. 

이들을 맞기 위해 해군정비창은 한참동안 부산했습니다. 그들이 묵을 숙소준비부터 교육장소, 교육준비, 식사문제까지 준비해야할 사항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요. 해군 정비창의 교육원 직원들을 중심으로 손님맞이 준비를 하는데 거의 한달이 걸렸답니다. 

7월 중순에 마침내 아프리카의 귀중한 손님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이들은 KTX를 타고 진해로 왔습니다. 엄청 빠른 고속열차에 생각에 빼앗겼는지 몇 사람은 미처 내려야 할 구포역에서 꾸물거리다 문이 닫히는 바람에 내리지 못하고 부산까지 곧장 가버리는 바람에 버스를 몰고 부산역까지 가서 데려오는 해프닝도 있었답니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빡빡한 일정에 따라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필요한 내용을 전부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교육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한 여름의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들 교육에 몰입했습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의사소통문제였습니다. 영어로 모든 강의를 진행할 정도의 강사는 구하기 어려웠기에 통역을 한 명 고용했지만 모든 의사소통을 한 사람에게 의존할 수 만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만국 공통어 ‘바디 랭귀지’에 모두들 능숙해질 수 밖에 없었다나요!



                                                <장비 및 운용 교육 현장>



처음에는 서로간의 문화차이로 인하여 재미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도착한 다음 날부터 가나사람들이 점심식사를 거르는 것을 보고 아마도 돈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지례 짐작하고 교관들을 비롯한 정비창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얼마씩 걷어서 점심값을 마련해 주었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가나는 적도 근처에 있는 매우 더운 나라라서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만 일한답니다. 그래서 별도로 점심시간이 없고 간단한 티 정도로 점심은 때우고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는다네요. 

그걸 오해하고서 돈을 걷어 건네주려는 직원들에게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서운해 하기도 했다지만, 결국 인정 많은 한국 사람들의 인심과 문화를 이해하고 나서는 크게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교육은 8주 동안의 정비교육과 2주간의 운용교육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기관, 전기, 무장, 전자 등 분야별 실습위주로 진행이 되었는데, 통역을 통하여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교관들이 학생들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총 124개 과목을 이수했다고 하니 이를 단기간에 습득한 가나학생들도 대단하지만 이를 준비한 해군정비창 교관들의 고생도 짐작할 만 하지 않습니까?    


                                                                  <삼성테크윈 방문>


교육뿐만이 아닙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몇 차례 주변에 있는 이순신장군의 승전 유적지를 방문하여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기도 했고, 몇몇 방산업체를 방문하여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그들에게 각인시켜 주기도 했답니다. 

또한 가나학생들과 교관들을 1 : 1로 맺어주어 휴일에도 직접 쇼핑 등 개인적인 일상을 돌봐주거나 교관들의 집으로 직접 초청해서 돼지삼겹살과 전통 한국식 가정백반을 대접하며 정을 나누기도 했답니다.



                                    <교관 가정에서 가나 해군들 초청, 한국음식 대접>


가나 해군에서 가장 붙임성이 좋은 멘사 상사는 한국 교관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의 한명이었습니다. 그에게 한국에서의 10주 동안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이 무었이었냐고 물어보았습더니 한국 교관들과과의 축구시합이었다고 하네요.

 
가나 측이 1명이 모자라는 바람에 최성규 제독(해군 정비창장)이 배신을 때리고 가나선수로 뛰었는데 결과는 축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3 : 2 스코어로 가나해군이 승리했답니다. 정말 한마음 한뜻으로 뭉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으며 특히 경기 후에 마신 한국의 전통주인 막걸리 맛은 고국에 가서도 잊지 못할 거라나요.



                                          <해군 교관 대 가나 해군 축구시합>


교육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말경에는 주한 가나대사가 직접 진해로 내려와서 가나측에 양도될 고속정도 둘러보고 교육과정을 참관하였으며, 교육에 고생하는 가나 해군에게 양념 치킨도 사주고 같이 식사하며 격려하였답니다. 가나 학생들과 면담을 마친 가나대사는 군수사령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비창측의 교육에 대한 열의와 가나학생들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난 배려에 거듭 거듭 감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주한 가나대사 양도대상 고속정 실사>


이번 정비교육 실무적인 책임을 담당했던 해군정비창 연수원의 김규동 서기관은 이번 일을 통하여 군사 및 민간외교의 위력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며 준비나 교육과정은 힘들었지만 정말 보람이 컸다고 말합니다. 가나 교육생들에게 큰 형님처럼 모든 걸 챙겨주었던 김서기관은 마음에서 우러난 작은 친절이 정말로 우리나라를 세계인에게 선진국가로 각인시키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국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첫걸음임을 느꼈으며,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더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를 보여주었답니다.

**************************************************************************

  2010년 9월 14일 우리 해군의 요람 진해에서 드디어 고속정을 공식적으로 가나측에 넘겨주는 행사가 드디어 거행되었습니다. 이제 10월 초 고속정과 도자들을 배에 싣고 가나로 출발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국방부의 이선철 전력자원관리실장님과 가나의 멋쟁이 클라크 퀘시에 대사님께서 양도약정서에 서명하셨는데, 뒤에 도열해 있는 해군 분들의 얼굴에 딸을 시집보내는 아빠의 마음처럼 서운함이 언뜻 스쳐 지나가는 것같이 보이네요. 반대로 가나 해군들의 얼굴에는 예쁜 신부를 맞이한 신랑의 기쁨이 우러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저만의 느낌일까요? 

  지금까지는 아프리카 지역 국가와의 군사 교류 및 방산협력은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금번 국방부의 가나에 대한 불용장비 지원을 통해 가나뿐만 아니라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우호 증진, 군사교류 및 방산협력 관계 강화의 첫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고
Posted by 열혈국방 트랙백 0 : 댓글 0


아들아! 사랑한다. 원래는 네 엄마를 더 사랑하는데, 오늘은 너를 더 사랑한다고 해야되겠지...(중략) 아빠는 아빠 몸을 지킬테니 아들은 걱정말고 소말리아 해역을 지켜서 대한민국의 힘을 세계 만방에 보여다오 자랑스럽다 내아들, 파이팅!!!



청해부대원으로 파병 중인 환욱이는 국가에서 부여한 임무를 수행 중이니 사망 소식을 알리지 말고, 행여 알게 되더라도 공무가 더 중요하니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지난달 소말리아 해역으로 출항한 청해부대 3진 충무공이순신함에 승선 중인 이환욱(부사관 220기)하사에게 췌장암으로 투병중인 부친의 사망소식이 전달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보다 나라를 먼저 지켜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는게 더 큰 효도이자 군인의 길이라 생각하여 소말리아 해역으로의 뱃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前方急 愼勿言我死(전방급 신물언아사)
                                 "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  
                                                                                                 -충무공 이순신-




5백여년전 임진왜란중 전장에서 운명을 달리한 충무공의 유언이 두 부자의 이야기에 오버랩되는건 강군만의 생각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고 이성우(해군 군무주사)씨는 해군 군무원으로 근무했었고, 아들은 충무공이순신함에 승선하여 소말리아 해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충무공의 영험함이 5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들 곁에 있다는 사실...소름끼치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건 부정할수가 없습니다.

이렇듯 남다른 두 부자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전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고 이성우씨의 부인 강영자씨에게 위로 서신과 조의금을 보내왔습니다.

이 대통령 서신에서 "오랫동안 조국 해상의 안전과 해군의 발전을 위해서 묵묵히 헌신했고 떠나는 그 순간까지 국가와 조직을 먼저 생각한 고인의 남다른 나라사랑을 조국과 온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유가족들을 위로 및 격려했습니다. 열혈 3인방에서 그 전문을 소개합니다.



한편, 김태영 국방부 장관 또한 유가족과 이환욱 하사에게 위로서신과 조의금을 함께 전달하였습니다.

김태영 장관"소말리아 해역을 지켜 대한민국의 힘을 만방에 보여달라고 유언하신 고인의 바람은 자랑스러운 아들 이환욱 하사가 청해부대원들과 함께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라고 유가족들을 위로하였으며, 이환욱 하사에게도 "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소말리아 해역을 지키는 소임완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하사 및 청해부대원 모두에게도 영광과 승리가 함께하길 기원한다"며 당부하셨답니다.


 

고 이성우씨는 해군정비창에서 18년 동안 함포 등 무기체계를 정비했으며, 아들 이 하사는 아버지가 질병을 이유로 휴직하자 자발적으로 해군 부사관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이런 두 부자의 남다른 책임감과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이 국방부와 군 내부 뿐만아니라 사회 곳곳에서도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네요.

이환욱 하사 및 그 가족들의 앞날에 충무공의 영험함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

신고
Posted by 박비 트랙백 0 : 댓글 1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