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무서웠던 무지(無知)
 

 

지금이야 바다 속으로부터 우주에 이르는 전 지구적인 방공 감시망과 이를 요격하는 정밀한 유도 미사일 체계가 있기 때문에 가상 적국의 중무장한 폭격기가 미국 본토로 침투하여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지만, 앞의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당시만 해도 전투기가 발진, 폭격기까지 요격을 나가 격추 시키는 방법 밖에 없었다.

 

                             오늘날 방공체계는 이전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발달하였다.

 
당시 미국의 방공체계를 연구하던 담당자들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 본토를 공격하려는 적의 폭격기를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은 한편으로 적의 핵 공격을 어떻게 해서든 무력화 시키겠다는 미국의 결연한 의지이기도 하였다.


                                           최신 고고도 방공 유도무기인 SM-3

 
하지만 핵을 막기 위해 핵을 사용하겠다는 발상은 경악스러울 뿐이다. 어쨌든 이러한 목적으로 미국은 AIR-2 지니(Genie)로 불리는 전술 핵탄두 탑재 공대공 로켓탄을 개발하였는데, 이것을 다연장로켓인 마이티마우스 대신 F-89 요격기에 탑재하여 소련 전략 폭격기가 미 본토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내고자 하였다.

 

                                                    AIR-2 전술 핵 탑재 로켓

 
당시의 기술수준으로는 오늘날 공대공미사일 같은 정밀유도무기의 제식화가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기관포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다연장로켓을 요격용 무기로 채택하였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적의 폭격기를 격추시키지 못한다면 어마어마한 핵폭탄의 폭발력을 이용하여 흔적도 없이 적기를 날려버려 미국을 지키겠다고 당시의 방공 책임자들은 결론을 내어 버린 것이었다.


                             AIR-2 핵 로켓을 시험 발사하는 F-89(左)와 지상의 관측요원
 

비록 AIR-2가 전략 폭격을 염두에 둔 공격용 핵폭탄은 아니고 폭발력과 살상력이 한정 된 방어용 전술 핵무기이기는 하였지만, 단지 적의 폭격기를 잡기위해 그것도 자국 상공에서 핵폭탄을 먼저 쏘는 행위도 서슴지 않겠다는 자세는 당시 냉전시기의 대립이 얼마나 심각하였는지 알려주는 예라 할 수 있을 정도다.

 

                                           핵 폭발 모습과 이에 놀란 지상 관측요원
                                        지금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 할 실험 모습이다.
 

물론 당시 기술로는 이것이 확실한 요격수단 이기는 했겠지만, 핵폭탄을 이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할 뿐이다. 큰 피해보다 차라리 작은 피해를 감수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생각 할 수 없는 것 같다. 하늘에서 핵폭탄을 터뜨려도 괜찮다고 생각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방사능 오염의 피해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았다면 과연 이러한 방어체계를 생각 할 수 있었을지 모를 정도다.

 

                           어쨌든 F-89는 사상 최고의 무장을 탑재한 요격기로 기록 되었다.

 
어쨌든 핵무기를 장착하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장을 갖춘 전투기가 되었던 F-89는 17년 이상 1,000여대가 배치되어 미 대륙 방어임무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핵 만능주의가 판치고 이데올로기가 이성을 압도하던 시기였지만 무식한 것인지 아니면 용감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뿐이다. 만일 오늘날 이러한 방공요격체계를 만들겠다고 하면 먼저 분노한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방공체계가 과연 존재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난 9.11 테러 당시를 회상하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한 방공망을 구축하였어도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있나 보다. 당시 자료를 보면 비상사태를 감지하고 방공 전투기들이 출격하였지만 민항기라서 격추를 망설였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던 것을 보면 완벽한 방공망은 어쩌면 영원히 이루기 힘든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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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혹은 용감한 ?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떨어뜨려 제2차 대전을 종결지은 미국은 유일 핵보유국으로 전후 세계질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비록 곧바로 개시된 냉전으로 공산권과 긴장된 줄다리기를 벌여왔지만 필살기인 핵폭탄의 보유는 체제경쟁에서 미국이 충분히 앞서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들었다.

 

                 핵폭탄은 제2차대전 종결의 상징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냉전의 아이콘도 되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미국의 자만도 잠시뿐이었다. 불과 4년 후인 1949년 9월, 소련이 핵폭탄 실험에 성공하자 미국 또한 소련의 핵폭탄 위협에 노출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미국이나 소련 모두 핵폭탄의 무서운 폭발력만 알고 있었지 방사능피해가 더 무서운 죽음의 그림자라는 사실은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핵폭탄의 폭발력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핵무기 무적론이 거세게 몰아친 냉전기간 초기에 발생한 한국전쟁에서 공공연히 핵폭탄의 사용이 운운되었을 만큼, 인류는 핵폭탄의 진정한 무서움을 모르고 있었다. 이런 시대적 상황으로 인하여 지금 생각으로는 말도 안 돼는 터무니없는 무기가 개발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전배치 되기도 하였다. 다음은 이런 상상을 초월한 황당한 무기의 이야기다.

 

                         뭐 이런 정도는 아니었지만 냉전 초기 황당한 무기가 개발 되었다.
                                     (1930년대 잡지에서 상상한 미래의 전차)
 

지금은 핵폭탄을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탑재하여 사용하는 것을 정석으로 여기지만, 1950년대 미소가 핵무기로 중무장하며 냉전시기를 열어갔을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핵폭탄을 운반할 플랫폼이 그리 다양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의 경우처럼 장거리 폭격기를 이용하여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투하하는 방법이 유일무이한 방법이었다.

 

                                  냉전 초기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36 Peace Maker
 

이런 이유로 미소 모두 상대편의 전략 거점 깊숙이까지 침투할 장거리 전략 폭격기의 개발에 서둘렀고, 한편으로는 침투하는 적의 폭격기를 방어할 고성능 방공 요격기의 필요성도 제기 되었다. 지금이야 미사일을 이용한 지대공, 함대공 방공체계 뿐만 아니라 공대공 요격 체계도 있지만, 당시에는 적기의 요격은 사실상 제2차대전 당시의 방법에서 벗어 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전투기를 출격시켜서 폭격기가 격추될 때까지 쏘아 버리는 방법 뿐 이었다.

                                        미 본토 방공 요격기로 활약한 F-89 Scorpion
 

이때 미국은 노스롭사가 개발한 F-89 스콜피온(Scorpion) 전투기를 미국 본토 방어 전용 요격기로 개발하여 실전배치하였다. 이 요격기는 적 폭격기가 미국 본토까지 침투하였을 경우, 핵폭탄 투하 전에 완벽하게 피격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래서 전통적인 고정 무장인 기관포를 제거하고 마이티마우스(Mighty Mouse)라고 불리는 다연장 로켓 발사기를 장착하였다.

 

                                              Mighty Mouse를 발사하는 F-89
 

지금처럼 정확한 정밀유도 미사일 체계가 없었던 당시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요격하기 힘든 기관포를 사용하지 않고 폭격기에 빠르게 다가가 넓은 면적에 로켓탄을 집중 발사하여 타격을 가하는 것이었는데, 당시로는 훌륭한 요격 방법이었다. 그런데 군부의 책임자들은 이러한 방공체계도 별로 신뢰하지 않았는지 빗맞아도 적의 폭격기를 완전히 분쇄해버릴 체계를 생각하였다. 바로 핵이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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