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이고 싶었던 전차들
비록 최근에는 휴대하기 편리한 각종 고성능 대전차화기의 발달로 인하여 전차무용론이 심각하게 대두되기는 하지만, 1916년 제1차 솜전투(Battle of Somme)에서 고착된 전선을 돌파할 회심의 비밀무기로 전차가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한 이후 100여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전차는 지상전의 왕자로 그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전차가 영어로 탱크(Tank)라는 명칭이 붙게 된 데는 조금 웃기는 사연이 전해진다. 영국에서 이 전차를 개발하여 전선에 공급할 때 적군이 알아볼 수 없도록 문서나 전차의 겉포장에 탱크(흔히 말하는 물이나 유류 저장고를 지칭하는 탱크)라는 암호로 표기하면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최초의 전차인 Mk1의 겉모습이 물탱크와 비슷하게 생기기도 하였는데 이런 유래가 확실하게 확인된 사항은 아니다.
오늘날 전차라고 한다면 떠오르는 일종의 스펙이 있는데, 예를 들어 두꺼운 장갑, 무한궤도를 가진 구동형태, 터렛 형태의 포탑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보편적인 전차의 모습은 수많은 실전을 통하여 단점을 하나하나 개선하고, 기갑부대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인츠 구데리안(Heinz Guderian) 같은 기갑부대 선각자들의 노고가 더해져 정립된 것이다. 따라서 무기사에 있어 초기 전차는 상당히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였다.
전차가 물탱크 같은 초기의 엉성한 모습에서 지상전의 왕자로 본격 자리매김하게 된 시기는 제2차 대전부터인데, 이전까지는 국가별로, 제작사별로 각기 다른 중구난방의 모습으로 진화하여 왔다. 전차를 지상전의 주역으로 만들었고 새로운 전술 개발에도 앞장섰던 독일도 전쟁 초기만 해도 오늘날 기준으로 볼때 전차로 보기 힘든 1호 전차나 2호 전차를 주력으로 삼고 있었을 정도였다.
따라서 1930년대 초반까지는 전차의 백가쟁명시대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모습의 전차들이 선보였다. 그중에는 전차의 모습을 갖춘 일군(一群)의 경장갑전투차량도 있어 각국에 널리 보급되었는데 이를 탱켙(Tankette)이라 한다. ‘작은 전차’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보병지원 또는 정찰을 위한 경전차였는데 사실 무장이나 장갑능력을 고려할 때 전차로 보기는 힘든 모습이었다.
탱크의 원조인 영국에서 1930년 초 개발한 카든로이드(Carden-Loyd) Mk4를 탱켙의 시초로 보고 있는데, 이후 이러한 탱크 아닌 탱크들이 유럽의 각국으로 널리 퍼져 사용되게 되었고 일부는 제2차 대전에 참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보통의 소화기에도 구멍이 뻥뻥 뚫릴 만큼 얇은 장갑과 작전능력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급격히 전선에서 도태되었다. 한마디로 전차도 아니고 장갑차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이었기 때문이었다.
대규모로 제식화 되었던 유럽전선에서 탱켙이 특별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는 기록을 찾아 보기 힘들고, 태평양 전쟁에서는 일본이 탱켙을 대량생산하여 밀림전에서 유효 적절히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나 유럽 전선에서 독일군 티거(Tiger) 전차 앞에서 고양이 정도였던 미군 M-4전차가 일본의 탱켙을 상대로 호랑이 노릇을 하였다는 사실에서 예견 되었듯이 탱켙은 급속도로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오늘날 독일연방군 공정부대가 사용하는 비젤(Wiesel)장갑차를 보면 탱켙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만 탱켙의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는 소형탱크는 더 이상 없다. 탄생 시기부터 탱크가 되고 싶었지만 탱크 아닌 탱크로 어중간하게 존재하다 사라진 탱켙을 보면 이름 때문인지 초기 디지털 시대에 PC의 기록매체로 맹활약하다 홀연히 자취를 감춘 디스켙(Diskette)이라 불린 미니 플로피디스크가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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