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무서웠을까 ? 독일 본토를 향해 동과 서에서 수백만 연합군과 소련군이 몰려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유럽에서의 전쟁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특히 전쟁 초기 세계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독일 공군도 이 시점에서는 무지막지한 전략 폭격에 나선 연합군의 폭격기 비행대를 겨우겨우 요격하는 수준으로까지 전락하였다.
미군과 영국군의 주야에 걸친 대 공습은 독일의 전쟁 수행의지와 능력을 급속히 약화시키고 있었고, 독일 공군의 자랑이던 Me-109와 Fw-190이 이들을 막기 위해 연속된 출격을 감행하였으나 폭격기를 보호하기 위해 따라온 P-47이나 P-51 같은 연합군의 호위기들에 의해서 차단 당하기 일 수였다. 결국 독일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엄청난 물량공세로 공격해 오는 연합군의 폭격기를 요격하는데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연합군 호위기들을 순식간에 따돌릴 만큼 빠른 속력과 기동력을 갖추어 폭격기에 단숨에 접근이 가능하고, 일발필살로 격추시킬 만큼 강력한 화력을 장비한 요격기가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유인 로켓이나 제트엔진을 활용한 다양한 전투기들이 제작되어 전장에 투입되었다. 그 중에는 세계최초의 로켓 전투기인 Me-163 Komet(혜성)도 있었는데, 땅딸하고 뚱뚱한 외형의 둔한 모습과는 달리 제2차 대전 당시 등장한 전 세계의 모든 유인 비행체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전투기였다. 1944년 8월 5일 브란데스 상공을 비행 중이던 연합군 비행대 위로 3기의 괴물이 갑자기 튀어 올라와 폭격기들을 호위하던 3기의 P-51을 단숨에 격추시킨 후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고, 이를 그냥 멍하니 지켜보던 연합군 조종사들은 순식간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전투기가 바로 Me-163이었는데 당대 최강이던 P-51보다 시속 250Km가 빨랐다. 때문에 연합군 측에서는 다음에 Me-163이 나타나더라도 상대의 공격이 빗나가고 빨리 사라져버리기를 기도하는 방법 밖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을 정도였다. 결국 몇 차례의 습격을 더 받은 이후 연합군 폭격기 조종사들 중에는 Me-163이 출몰하는 곳으로의 비행을 거부하는 경우까지 발생하였다. 한마디로 Me-163은 연합군 조종사들에게 죽음의 공포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무적의 요격기 Me-163로 비행하는 독일 조종사들이 가지고 있던 공포가 연합군 조종사들의 공포를 뛰어 넘고 있었다. 비록 동체는 오래전에 개발된 글라이더였지만, 1941년에 로켓엔진을 장착하여 급히 제작하면서 조종사의 안전에 대한 조치는 거의 없다시피하였는데, 이로인해 조종사들이 작전 이외의 사고로 많이 사상하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추진체가 인체에 닿으면 피부를 괴사시킬 정도로 폭발력이 강하여 비행 중에 폭발사고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뿐만아니라 조종이 상당히 힘들고 착륙장치가 부실하여 전복되는 일이 비일비재 하였다. 때문에 독일의 조종사들은 너무나 위험한 Me-163을 좋아하지 않았고 일부 고참 조종사들은 탑승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즉 Me-163은 독일 조종사들에게도 죽음의 공포였던 것이다. 사실 Me-163은 비행 가능 시간이 10여분으로 매우 짧아 극히 한정 된 작전에만 투입될 수 있었다. 그리고 워낙 초고속에다 선회 반경이 커서 공격 기회를 제대로 잡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막상 전사에 기록된 격추기는 총 9기 밖에 안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심리적 효과와 파장에 비해서 전술적 성과는 극히 저조한 요격기 였던 것이다.
즉 한쪽은 탑승을 두려워 할 만큼 무서워했고, 다른 한쪽은 나타나지 않기만을 학수고대 하였을 정도였는데 재미있는 것은 서로 자신들의 공포감만 느낄 뿐 정작 상대가 얼마나 Me-163을 무서워하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전쟁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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