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홍보과      김 혜 선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고인이 된 부자(父子) 조종사를 위해 만든 빨간 마후라



   아버지 故 박명렬, 그의 아들 故 박인철. 두 부자는 죽음이란 애달픈 마침표로 온 세상에 한바탕 소나기를 퍼부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죽음’이란 갑작스런 소나기에 옷이 젖도록 내어주고는, 남편과 자식을 하늘에 묻은 부인이자 어머니인 이준신씨와 거친 호흡을 같이 하며, 그리움에 가슴을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통증에 연거푸 기침을 쏟아냈다. 그러나 비 개인 후의 하늘이 더 맑고 높다 했던가. 무섭게 퍼붓던 한 줄기 강한 소나기가 그치자 하늘은 투명하리만큼 맑게 개였고, 그 맑게 개인 하늘엔 두 부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군인정신이 참 눈부시게도 수놓아져 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모든 이들도 나와 같이 두 부자가 남기고간 수놓인 하늘을 보며 군인정신을 깨닫고, 두 조종사의 아름다운 비행길, 그 위를 잠시나마 걸을 수 있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이 남긴 군인정신, 이젠 우리가 지켜내야 할 몫이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군인정신, “용기, 그리고 사명감”

“조종사는 오늘도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한다. 불구덩이를 매달고 공중을 향해 치솟고 내달리는 건 우리의 숙명이다.”

우리는 흔히 ‘실수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라는 정의로 잘못을 용서받기도 하고,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가르침으로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유독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바로 조종사의 삶을 선택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높은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조종사에게 한 번의 실수는 곧 추락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앞당기고야마는 죽음과도 같기 때문이다. 분명 이 같은 사실을 박명렬 소령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종사의 길이 자신의 운명이라 믿으며 하늘을 맨발로 날았던 박명렬 소령. 바로 그의 이러한 열정적인 용기와 뼈 속까지 스며들었던 사명감이 그를 전투조종사의 한계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아들이 남기고 간 군인정신, “신념”

“처음 조종간을 잡았을 때,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 같은 하늘을 날아올랐을 때, 나는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버지, 아버지만은 아실 것이다.”

누구는 말한다. “내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라고. 다른 사람이 말한다. “내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라고. 며칠 전 친구와 나눈 대화 속에서 자신의 갈 길도 찾지 못한 체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는 우리를 보았다. 그러나 여러 갈림길에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고 그 길만을 사랑했던 사람이 있다. 조종간을 잡은 순간부터 조종사를 꿈꿨던 故 박인철 대위. 그는 처음부터 믿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견뎌온 날들이 못내 서러웠지만 조종사의 길에 어머니가 놓아둔 수 백 개의 반대의 벽도 자신이 조종사의 길을 걸어야만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그의 그러했던 굳은 신념이 박인철 대위를 조종사의 길에 서게 했고, 비록 하늘을 나는 조종사로서의 삶은 길지 않았으나 지금 이 순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을 나는 조종사 박인철로 살게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꼭 기억해야만 한다. 박명렬 소령과 박인철 대위 부자는 열정적인 용기와 사명감 속에서 굳은 신념으로 조국의 하늘을 지키다 산화한 공군의 표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험난하고 위험한 길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하는 길, 그러나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기에 내가 간다”했던 그들의 애국심이 무덤 안에 파묻혀 썩어 없어지지 않도록 그들이 남기고 간 메시지를 하늘 곳곳에 더 찬란하고, 더 빛나도록 새겨 놓아야만 할 것이다. 오늘도 나는 그들이 외로이 하늘을 날지 않도록 쓰리고 쓰린 마음을 달래며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본다.



Posted by 박비 트랙백 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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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mnd-policy.tistory.com BlogIcon 열혈아 2009.06.22 16:13 신고

    책이 가벼워...단숨에 읽을수 있답니다.^^ 한번 읽어보시길